필터 버블이란?
필터버블은 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에 맞추어 필터링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이미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같은 단어를 검색하여도 이용자에 따라 다른 정보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22년 하반기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한 아이돌을 알게 됐다.
아마 처음에는 신기했던 것 같다. 무대랑 일상에서의 갭차이 같은 것들이? 너무 무해하고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더라
그렇게 한 두 번 내 유튜브에 뜨던 그 아이돌은 점점 내 유튜브를 장악했고 소위 '덕통사고'를 당하게 됐다.
다시 취준을 하며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속 아이돌이나 찾아볼 시간은 없다던 나는 정신 차려보니 데뷔 4년 차가 넘은 그 아이돌의 무대 영상부터 과거 서바이벌 영상까지 별의별 영상을 다 찾아보고 있었다. (이런 걸 '입덕 부정기'와 '간잽'이라고 하던가)
내가 아이돌 덕질이라니... 그런 건 고등학교 때 졸업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아이돌의 앨범을 사 모으고, 콘서트를 쫓아다닌 후 그룹이 구설수와 함께 해체되는 과정을 보며 그 당시에는 꼴에 상처라는 걸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이후 내 인생에 다시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입덕 부정기'를 지나고 나니 빠르게 그 아이돌에게 빠져 들어갔다.
근데, 이 소위 K-POP이라는 시장은 내가 어린 시절 아이돌 그룹을 덕질하던 때와 다르게 너무도 많은 게 바뀌어있더라
많은 변화 중에서도 내 덕질을 가속화시켰던 두 가지는 "트위터"와 "버블"이었는데
처음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버블"을 구독하기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시간을 그 두 곳에서 보낸 것 같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인들 만나느라 가장 바쁘다는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까지의 내 스크린 타임이다.
아이폰은 참 친절하게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는지 기록해 주는데...
지금 와서 이걸 보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 두 곳에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연말에 지인들은 전혀 안 만나고 덕질만 해댔으니 말 다했다. 트친들과 하루종일 주접이나 떨고 관련 연말 무대 영상편집이나 해댔다.
어느 정도로 미쳐있었냐면 최근 모든 소비는 모두 그 아이돌과 관련된 것들이었다🤣(공연, 연말무대, 버블, 비공식 굿즈, 시즌 그리팅, 잡지, 포카, 광고 화장품이니 뭐니... 책 사는데 외에 거의 소비활동이 없는 내가 작년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곳 같다.)
또, 전공을 바꾸며 영상 편집이니 포토샵 따위는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것과 무색하게 쏟아지는 그 아이돌의 연말 무대를 보며 이건 도저히 편집 안 하고는 못 배기겠다고 생각하며 온갖 영상을 편집하고 보정하며 트위터에 업로드하고 있더라.
어떻게 보면, 이 때 내가 올리는 사진과 영상을 좋아해주던 사람들을 보며 이상한 성취를 느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사람 보는 눈이 좋은 내가 픽한 그 아이돌은 새벽에 몇 시간씩 버블을 보내는 사랑둥이여서 영상편집하랴 그 애 버블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랴 내 생활루틴이 엉망 그 자체가 됐다는 거다.
하루는 아침 7시까지 영상을 편집하고, 1시간 자고 나가 면접을 망친 후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더라.
근데 또, 평소 밤에 버블을 보내던 그 애가 아침에 보내주는 버블 하나에 행복감을 느끼며 '잠 좀 줄이지 뭐'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절주절 앞에 내용이 너무 길었다. 23년 1월 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방치해 둔 블로그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내 삶의 주체가 뒤바뀌고 있는 이 행위를 멈추겠다는 다짐을 남기려고 글을 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아이돌 덕질을 하는 누군가 내 글을 보고 '탈덕은 조용히나 하지' 라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에게 덕질이든 탈덕이든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난 탈덕도 뭐도 아니고 그저 건강한 덕질을 하고 싶어졌을 뿐이다. 적어도 내 상황에 맞춰 과몰입을 멈추는 그런 거 말이다.
내가 순식간에 그 아이돌에 빠져들었던 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의 대단한 마케팅뿐만이 아니다.
성취가 원동력임에도 길어지는 취준에 지친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곳에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애가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통해 쉽고 빠르게 행복감과 자극을 느낄 수 있었다. 도파민 같다고 해야 되려나.
더 이상 성취감 같은 걸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가 유튜브, 트위터를 이용하는 한 알고리즘을 막을 수 없다. 결국 또다시 (필터링된) 버블 안에 갇혀 허우적 대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내 삶의 나를 다시 1순위로 올려놓고 절제할 수 있는 덕질을 할 때까지는 현재의 '나'에게 더 몰입하려고 한다.
나에게 많은 위로와 힘을 줬던 '행복' 그 자체인 그 애의 버블 메시지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나 빼고 요새 무슨 생각을 해?"
"네가 인생을 잘 그리고 건강하게 살고 그랬으면 좋겠어 난"
"늘 또다시 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난 늘 네 옆에서 도와주려고, 난 네 편이야"
"내일도 너답게 더 빛나고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어"
'Daily Life > Dood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또를 시작하며..! (0) | 2024.10.06 |
---|---|
매크로 댓글 이제 안녕, Giscus 도입 (0) | 2024.09.09 |